책 첫장에서 작가는 인간의 출현과 동물의 멸종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인간은 원래 아프리카 숲과 초원 가장자리에 살던 유인원이었다. 기후 변화로 숲이 줄어들면서 초원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이에 포식자를 감지하기 위해 인간은 이족보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초원생활에 적응하면서 원시 인간은 현대 인류로의 눈부신 진화를 이룩해낸다. 그리고 인류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아프리카를 서두로 중앙 아시아, 시베리아, 베링 해협을 넘어 아메리카, 그리고 마침내 배를 이용하여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인류가 도착한 대륙마다 대륙에 살고 있던 대형 포유류들이 절멸해버렸다는 점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었던 키 2m의 땅늘보와 줄무늬 말, 거대한 곰, 매머드, 아르마딜로들은 인류가 그 땅에 도착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고도의 사고와 집단생활로 무장한 인간을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인류가 최초로 등장한 아프리카가 대형 포유류의 천국이 된 이유가 되었다. 인류가 진화하는 동안 아프리카 대륙의 동물들은 인간과 함께 진화할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았다. 이에 인간에게 대응할 방법을 나름대로 갖추고 진화한 그 동물들은 현대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만약 인류가 더 늦게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면 보존되었을 지도 모르는 거대한 동물들에 대해 생각 해 보게 되었다. 인간이 다른 대륙에 발을 딛는 속도가 느렸더라면 볼 수 있었던 동물들은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비록 자연도태의 결과라고 했을지언정 그 많은 동물들이 사라져버린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앨런 와이즈먼은 ‘인간 없는 세상’을 저술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가 돌아다닌 곳은 주로 ‘버려진’ 장소들이었다. 옛 내전으로 버려진 섬, 접근이 어려워 버려진 태평양의 산호초 지대, 버려진 것들이 모이는 대서양의 소용돌이 암초 등.  그 중에는 우리나라의 민간인 통제구역, 즉 DMZ도 있었다. 그는 “이렇게 좁은 공간에 다양한 동물이 살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라고 이야기 하며 인류가 사라진다면 이렇게 빠르게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소감을 표했다. 그와 함께 통일이 될 경우 개발에 들어갈 이 땅이 제대로 보존되기를 바란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재작년 여름 DMZ를 방문했었던 기억이 났다. 아는 분의 묘소에 가기 위해 검문소를 지나 들어간 DMZ는 우리 동네에서 한 시간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무와 숲이 우거진 안쪽에서 머무는 삼십 분 가량의 시간 동안 나는 우리 동네에서는 보지 못한 여러 종의 꽃과 지나가는 노루와 저 멀리 날아가는 큰 새를 보았다. 도로가 포장된 곳만 해도 그렇게 많은 것들이 살고 있었는데, 안쪽 숲과 산에는 또 무엇이 있었을 지, 우리가 사라진다면 그들이 돌아올 수 있었을 지 새삼스럽게 궁금해졌다. 

  인류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도시는 수백년 이내로 무너진다고 한다. 무너진 도시는 천천히 분해되어 토양이 되고, 그 위에 새로운 생명이 자랄 것이다. 인류가 지구에 남긴 상처는 깊지만 지구의 회복력 또한 무시하지 못하리라. 우리가 사라진 후 지구가 다시 살아나기까지는 한두세기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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